완덕오계(完德五誡)는 구체적인 침묵의 길이다.
일계, 분심잡념(分心雜念)을 물리치고
분심잡념(分心雜念)은 우리 정신과 마음의 먼지이며 구름·안개와 같은 것으로, 우리 마음에 비추어져야 할 하느님의 빛, 성령의 빛을 막는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계명은 우선 마음을 수렴(收斂)하고 가라앉혀서 고요하게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먼저 우리 마음을 잔잔한 물처럼 맑고 깨끗하며 고요한 상태로 만들어야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만나고 우리 자신을 또한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계, 사욕(邪慾)을 억제하고
사욕(邪慾)은 분심잡념(分心雜念)의 원인이 되므로 일체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 사욕은 말 그대로 나쁜 욕구인데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욕구를 총칭하는 말이다. 창설자 방유룡 신부는 이 사욕을 자주 누룩에 비유하면서, 우리 마음을 헛된 망상과 허영으로 부풀리게 만들어 이성을 마비시키고 자유의지를 병들게 만들어 죄짓게 하는 악의 세력이니 이를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뿌리는 너무도 깊어 단번에 우리 힘으로 뽑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드시 우리의 노력과 더불어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삼계, 용모(容貌)에 명랑과 평화와 미소를 띄우고 언사(言辭)에 불만과 감정을 발하지 말고 태도(態度)에 단정하고 예모답고 자연스럽게 하고
외적 행위를 성화(聖化)하기 위한 용모·언사·태도가 지니는 자연스러운 덕에 관한 계명들인데, 이것들이 분심잡념과 사욕의 제거 다음에 언급되는 이유는, 먼저 내면이 정화되지 않고 만들어 내는 겉꾸밈에 지나지 않는 예모(禮貌)는 일시적으로는 가능해도 지속적으로 지닐 수 있는 덕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 사로잡힌 자의 용모는 빛이 난다”고 언급하면서 내면 생활의 침묵이 수도자의 외모를 결정한다고 방유룡 신부는 가르친다.
사계, 양심불을 밝히고
무아 방유룡 신부는 "양심불을 밝히라"고 함으로써 더욱 역동적인 내면의 성장을 암시하고 있다. 영적 여정에서 특히 하느님을 뵙고 모시는 데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 자꾸 행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서 익은 지식이 되도록 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하느님과 우리의 지성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성의 기능 중에서 이성을 밝혀 이성을 침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양심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이성의 침묵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양심을 잘 지킴으로써 우리 안에 하느님의 빛이 더 밝게 비추어지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이성의 요구들을 더 잘 극복해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양심의 빛이 밝아지면 하느님의 지성에 가까워져 인간적인 의지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알게 되고 이제 의지의 동작인 자유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오계, 자유를 천주께 바치고 그 성의(聖意)를 따를 지니라.
“자유를 천주께 바치고 그 성의(聖意)를 따른다”는 것은, 영혼은 진리의 근본이신 천주를 알게 하는 의지를 가지며, 의지의 동작은 자유인데 자유는 무엇보다도 선택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닌 자유는 하느님께서 바라고 원하시는 것 대신 우리가 원하는 것만을 선택하기에 문제가 되므로 아예 불완전한 우리의 자유는 하느님께 봉헌하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만을 선택할 수 있는 참된 자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순교 복자 수도 대가족의 소명은 순교의 원형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목숨 바쳐 순교로써 증거했던 한국 순교자들의 뒤를 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한국 순교 복자 수도 대가족의 영성의 핵심은 바로 십자가의 신비요 성체성사의 신비 안에 담겨 있고, 특히 모든 성사의 중심인 성체성사를 통해 매일 순교의 행위를 새롭게 반복하고 기념할 뿐 아니라 그를 통해 면형무아의 신비, 바로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까지 바치시며 자신을 비우시고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일치시킨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 순교자들의 영적 여정을 따름으로써 무아 방유룡 신부는 한국의 영적 전통의 계승자이기를 원했다고 볼 수 있으니, 한국인들의 원초적인 종교심이며, 도교, 불교, 유교의 모든 영적 전통이 순교자들의 영성 안에 이미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무아 방유룡 신부의 영성은 한국적, 동양적인 심성으로 그리스도의 신비를 직관하고 그를 일생 동안의 수도 생활을 통해 온 몸으로 체득한 영적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